비즈인천은 인천 지역 경제와 산업을 다루는 동시에 이 도시의 다음 세대가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과 함께 ‘청소년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차분히 짚어보는 월간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가 전하는 연재가 의미 있는 공론의 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비즈인천] 최근 네팔 히말라야의 빙하 붕괴와 대홍수 소식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거센 토사물이 마을을 삼킬 정도로 지구가 보낸 경고음은 날카로웠다. 이 참극은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올여름 우리 일상을 죈 극단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떠올려보라. 에어컨 없이는 수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펄펄 끓어오르는 대지는 기후위기가 아이들이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의 실체적 위기임을 증명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은 명확하다.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에서 벗어나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절제하고 자족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필요를 충족하되, 탐욕을 내려놓는 '생태적 절제'야말로 미래세대가 배워야 할 생존의 조건이다.
양립 불가능한 두 시대의 충돌, 기후위기의 한계와 AI의 폭주
그러나 우리 사회의 다른 한쪽에서는 이와 완벽히 역행하는 거대한 열차가 폭주하고 있다. AI와 무인화 기술이 이끄는 ‘초지능·초생산성’의 시대다. 기후위기가 요구하는 ‘생태적 감축’과 AI 산업이 퍼붓는 ‘무한 성장’의 열망은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기후위기는 축소와 감축을 요구하지만, AI는 극단적인 확장을 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 없는 무인 공장이 물자를 쏟아내고 있으며, 노동에 대한 대가가 0에 수렴하는 시대는 시간의 문제이다.
문제는 이 무한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생태적 비용이다. 편안한 화면 너머로 작동하는 AI 답변 하나, 그림 한 장 뒤에는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에너지 공장, 즉 토큰 팩토리(Token Factory)가 숨어 있다. 도시 하나가 소비할 엄청난 전력을 먹어 치우고, 서버를 식히기 위해 매일 수십만 리터의 깨끗한 수자원을 고갈시키는 AI 데이터센터의 건립은 탄소 배출과 열 발산을 극대화하고 있다. 절제와 축소를 요구하는 '기후위기 시대'와 무한 소비와 확장을 동력으로 삼는 'AI 시대'라는, 결코 함께 갈 수 없는 두 열차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기존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있는가? 가치관 전환에 대한 질문
생산성이 극에 달하는 시대라 하지만, 이는 결코 인류 모두의 풍요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갉아먹으며 만들어낸 초생산성은 몇몇 빅테크의 탐욕으로 귀속될 뿐, 정작 자원 고갈과 기후 재난의 피해는 온전히 보통 사람들과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금의 교육은 아무런 비판 없이 아이들에게 ‘AI를 남보다 빠르게 활용해야만 하는 기술’로 부추기고 있다.
‘구름(Cloud)’이라는 환상적인 단어 뒤에 숨은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수자원 소비, 탄소 배출이라는 물질적 실체는 가려져 있다. 이 엄연한 ‘물질적 발자국’을 직시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기술 교육은, 결국 지구라는 터전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으라고 아이들을 등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는 단순한 기술 숙련이 아니다. AI라는 고속도로를 남보다 더 빨리 달리는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도로가 과연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한계선 위에 있는지 질문하고 멈춰 설 줄 아는 ‘생태적 기술 시민성’을 길러내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산할 것인가?”를 묻는 경쟁에서 벗어나, “생태적 한계 안에서 생산된 과실을 어떻게 모두의 필요를 위해 균등하게 나눌 것인가?”를 묻는 가치관의 전환이 절박하다.
'인간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삶의 조건, 기본 교육
기술이 모든 생산을 담당하고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는 시대일수록, 교육의 눈길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존엄'과 '삶의 조건'으로 향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초물질적 풍요를 쏟아낼 때, 정작 인간은 어떤 고민을 하며 자신의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필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기본 교육'의 관점, 즉 돈, 몸, 길, 시간이라는 키워드는 이 혼돈의 시대에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한 유용한 단초가 된다. 이는 단순히 복지 혜택을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술의 폭주 속에서 인간이 무한 경쟁의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단단한 삶의 하한선을 깔아주고,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삶'을 채워가기 위한 필수적 토대이다.
주머니 속 최소한의 자원(돈)은 아이들이 무한 경쟁의 공포에 짓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타인과 관계 맺을 자존감을 준다. 나 자신과 아픈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서적, 신체적 안전망(몸)은, 가상 스크린의 자극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스마트폰의 어둡고 자극적인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을 만나는 이동의 권리(길)는, 생태적 현장을 발로 뛰며 지구와의 연결감을 회복하게 한다. 그리고 입시와 기술 속도전에서 잠시 내려오는 성찰의 주권(시간)이 주어질 때, 아이들은 비로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간다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조건들이 단단하게 지탱될 때, 아이들은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조종사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한 생산성의 시대에 스스로의 시간을 ‘인간답게’ 채워 나가는 삶의 주체로 서게 된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무너지고 대지가 펄펄 끓어오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더 빠르게 실행하는 스킬이 아니라 기술의 한계를 설정하고 인간과 지구의 안녕을 먼저 묻는 생태적 시민성이다. 아이들을 기술 경쟁의 정글로 내몰기 전에 삶의 기본 조건부터 따뜻하게 재배치하는 것, 그것이 폭주하는 기술과 상처받은 지구 사이에서 우리 교육이 서둘러 찾아가야 할 진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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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
現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사 現 동구마을교육협의회 사무처장 現 동구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現 서흥꿈세움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前 전교조인천지부 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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