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천은 인천의 산업과 경제를 넘어, 이 도시에서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정주 조건’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유유기지 부평과 함께 현장의 시선에서 현상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고 연재를 시작합니다. 청년들이 왜 인천에 머물지 않고 ‘환승역’처럼 느끼는지, 인천을 ‘청년이 머무는 곳’으로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룹니다. 이번 기고가 지역과 청년을 잇는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비즈인천] 공간의 온도는 ‘사람’이 결정한다
공간은 비어 있을 때 그저 차가운 건축물에 불과하다. 그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찾아오는 이들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유유기지 부평의 지난 6년은 ‘공간’이라는 하드웨어에 ‘사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이식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2024년 이후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지점은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청년의 삶과 복잡한 정책의 숲을 잇는 ‘휴먼 인프라(Human Infrastructure)’ 구축이다.
정책의 숲에서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터’
유유기지 부평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청년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들은 ‘청년 지원 매니저’다. 이들은 단순한 행정 인력이 아니다. 청년의 고민을 경청하고, 그 이면의 결핍을 읽어내어 가장 적절한 정책 서비스로 안내하는 전문적인 ‘정책 내비게이터’들이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 350명이 넘는 청년들이 매니저들과 일대일로 마주 앉아 자신의 삶을 공유했다.
350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상담 건수가 아니다. 그것은 부평이라는 지역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350개의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이며, 정책이 닿아야 할 350개의 정밀한 좌표다. 매니저들은 이들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취업 준비의 막막함, 주거의 불안정, 사회적 고립감 등 다층적인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장에서 우리가 목격한 진실은 명확하다. 청년들이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유는 결코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단 하나의 정책’을 선별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매니저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딱딱한 정책 용어를 청년의 언어로 번역해 주고, 복잡한 신청 절차의 문턱을 함께 넘으며, 무엇보다 “당신 곁에 우리가 있다”는 정서적 신뢰를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유유기지 부평이 지향하는 ‘안녕을 묻는 전달체계’의 핵심이다.
파편화된 정책을 삶으로 통합하는 ‘게이트웨이’의 실천
지난 4월 발표된 「2026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5개 분야에 걸쳐 중앙부처 과제만 389개를 확정하고 약 3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전국 17개 시·도의 자체 과제 1,500여 개를 합치면, 청년들이 마주하는 정책은 전국적으로 1,9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 공세에도 현장의 지표는 냉정하다. 최근 청년정책 플랫폼 ‘열고닫기 청년 데이터 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책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다”고 답한 청년은 15.5%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의 84.5%는 “들어본 적만 있거나 전혀 모른다”고 답해,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 당사자들이 심각한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의 근본 원인은 정책의 파편화에 있다. 일자리는 고용노동부, 주거는 국토교통부, 심리는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복합적인 결핍을 가진 청년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내밀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유유기지 부평의 ‘정책 게이트웨이(Gateway)’ 기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청년의 고민을 단편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통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 매니저와의 상담을 통해 분석된 청년의 니즈는 센터 내부 사업은 물론,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다각적인 솔루션으로 치환된다. 실제로 상담을 거친 청년 중 80% 이상이 자신에게 적합한 정책으로 연결되거나 실질적인 서비스 수혜를 경험했다.
이러한 전달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때 청년들은 비로소 정책 효능감을 체감한다. “지역사회가 나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구나”라는 확신은 청년들을 인천에 머물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실제로 매니저들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정책 서비스를 경험한 청년들은 센터를 단순한 이용 시설이 아닌,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결국, 청년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정책을 만드느냐보다 그 정책이 얼마나 청년의 삶에 밀착되어 전달되느냐에 달려 있다. 유유기지 부평은 350명의 기록을 통해 사람에 의한 전달체계가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청년의 삶을 구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증명해 내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발굴된 청년들의 구체적인 결핍을 채우는 우리 센터만의 처방전인 심리·정서 지원 사업 ‘유유심(心)표’와 일상생활 설계 프로그램 ‘청설모’를 통해 청년들이 어떻게 다시 도시에 뿌리를 내리는지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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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선 유유기지 부평 센터장
현 청년공간 유유기지 부평 센터장 현 부평구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전 고용노동부 청년도전지원사업 지원기관 선임컨설턴트 전 고용노동부 국민취업지원제도 선임컨설턴트 전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컨설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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